2009년 9월 2일 수요일

UX는 누가하는 것인가?

UX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기획자보다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관심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기획자의 관심도가 증가하긴 했지만, 디자이너 직군과 비교하여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특히 웹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UX 디자이너다 라고 하면서 UX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 가만히 살펴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UX 디자인이라는 것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웹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면서,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 개발하는 단계에서 사용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 결과 UX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 때, 특히 디자인이라는 직무 분야에서 적극적인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X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UX 관련 직군에 대해서 다소 논쟁이 있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 Visual Designer
  • Interaction Designer
  • Information Architecture
  • UX Researcher

 

상대적으로 Visual Designer의 영향력은 낮아 때에 따라서는 UX 관련 직무군에서 배제가 되기도 한다. 핵심적인 직군이 Interaction Designer, Information Architecture, 그리고 UX Researcher인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의 기획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웹 기획이라는 직군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의 웹 기획에 그나마 해당하는 직군을 찾아보면 그나마 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 PM)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말 그대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역할만 할  뿐, 웹 기획을 하거나 설계를 하는 경우가 없다. 웹 기획이나 설계, 그리고 디자이너를 하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나라로 치면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다. 그 결과 UX 관련 책들을 보면 '디자인' 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물론 예외가 있다. 전문적인 UX Researcher의 경우 디자인보다는 심리학과 같은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포지셔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 UX가 소개되고 도입되고, 관심을 가장 먼저 갖게 되는 직군이 디자이너라는 것이... 아무래도 디자인 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마술 때문인 것지 기획자 보다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UX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직업군에까지 포지셔닝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UX가 어떤 직군을 중심으로 포지셔닝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다. 디자이너가 하든 기획이 하든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이다. 단지, UX를 내세울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고민을 할 뿐이다. 아직까지 UX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UX가 무엇인지 그리고 UX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자세,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냥 UX라는 단어를 붙이면 무언가 멋있어 보는 것 같은 겉멋만 잔뜩 든 사람 같아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UX를 알고 전파하자'라는 포스팅에서도 일부 언급하였다.

 

UX는 직군에 상관없이 모두 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직군에서 UX를 이해하고 실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UX는 어느 특정 직군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UX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면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노력하고, 실제 거기에 맞는 역량을 갖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 3개:

  1. trackback from: 경로 의존성
    경로 의존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와 관련된 기사를 우선 읽어 보도록 하자. [DT 시론] 경로 의존성과 전환 비용 - 디지털산업 경제신문 디지털타임스 www.dt.co.kr 2007년 8월 17일 ... 경로 의존성이란 어떤 기술이나 제품의 발전이 그 결과 이상으로 발전되어온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 내가 이 경로 의존성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EBS의 '지식채널 e'를 통해서였다. 그 뒤로 난 테스트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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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isual에 관련된 역량은 UX 전문가가 관찰 혹은 Ideation 한 내용을 전달할 정도의 능력만 갖추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디자이너들이 너무 깊숙히 관여되는 UX 작업을 종종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균형있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포인트에서 보라빛 비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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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쿠아테라 - 2009/09/11 10:32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이너의 범주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디자이너라도 하더라도 직무에 따라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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