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9일 목요일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와 함께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면서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사용자가 이러이러한 것을 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나도 사용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용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생각할 문제가 있다. 우리가 과연 사용자일까?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 나의 지도교수님이신 김영진 교수님 - 도널드 노먼 교수가 쓴 '디자인과 인간심리'를 번역하신 분 중 한 분이다 - 께서 술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넌 전문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네?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전문적으로 연구도 하고..."

"일반인과 전문가의 차이는 전문 용어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의 차이야."

 

난 이말의 의미를 몰랐었다. 도대체 전문용어만 잘 쓰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해당 영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한 개념인 전문용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해당 영역의 전문가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복잡한 내용이라도 쉽게 정리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해당 영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면 하나씩 하나씩 용어부터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밤새도록 설명해 줘야 간신히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자.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해당 서비스의 핵심 목적이나 컨셉, 그리고 서비스가 속해 있는 도메인 영역, 웹 서비스에 대한 개념, UI 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서 그렇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그런 내용에 대해서 생각보다 잘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게 URL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한다면, 부모님들은 기겁을 하시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전혀 이해를 못한다.

 

우리가 스스로 사용자이긴 하지만, 일반 사용자라고 가정할 수 없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사용자라는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우리의 눈이 아닌 사용자의 눈으로 볼려고 노력을 하며, 우리의 언어가 아닌 사용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UX 리서치를 활용하건 VOC를 활용하건 직접 사용자와 접촉해서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용자가 어려워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용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나도 사용자이지만 사용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댓글 6개:

  1. 참여 하고 있는 사람은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사용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신것 같아요 ^^;

    답글삭제
  2. 스티브 크룩의 책 있는데 읽어야 겠네요 ^^; 사실 다른거 본다고 못읽고 있지만, 책은 많이 사고 읽어도 사실 뚜렸한 목적이 있으면 더 좋은데 말씀해주실때마다 책 얘기 해주셔서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3. @도모 - 2009/07/09 21:17
    네.. 맥락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사용자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의미있게 유형화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 진행 시에 혼란에 많이 빠지게 되죠. 나도 사용자의 유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Steve Krug의 'Don't make me think'라는 책에서 잘 나와 있습니다. ^^

    답글삭제
  4. @도모 - 2009/07/09 21:38
    책은 읽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거 같아요...^^

    답글삭제
  5. UX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용자를 고려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가장 쉽게 빠질수 있는 오류가 바로 [일반화의 오류]인것 같습니다. 늘 염두해 두고는 있지만 매번 오류를 범하고 있는 자신을 돌이켜보면 아직도 나아갈 길이 멀기만 하네요. 지난 교육때도 이 이야기를 들었던것 같은데 다시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서 리마인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6. @루미렌트 - 2009/07/10 18:15
    일반화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그리고 프로젝트 멤버들 간의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Persona이기도 하구요. 현재 자신의 조직 내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지 고민해 보고 하나씩 적용해 보는 것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