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0일 월요일

[Book Review] Neuro Web Design

잠깐 의대에서 신경과학 박사과정을 다닐 때가 있었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뇌를 포함한 신경 구조 내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석사를 마친 후 전공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박사과정을 그만 두었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 심리학과 신경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고, 관련 책이나 논문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얼마전에 Susan M. Weinschenk라는 심리학 교수가 쓴 'Neuro Web Design'이라는 책을 읽었다. UX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것이다. UX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경우 Susan M. Weinschenk가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아마 내가 기억하기로는 Donald Norman 교수가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주목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심리학 중에서도 생리심리학 (Biological Psychology), 아니 신경과학(Neuroscience)라는 관점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접근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UX에 대한 신경과학 접근은 저자도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어, 이 책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이다.

 

 

UX를 하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인간의 Mental Procoss와 관련된 부분이다.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느끼고 알게 되는, 그리고 정서와 태도가 형성되는 과정인 Mental Process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제 그것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뇌를 포함한 신경 구조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사용자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제한적인 범위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심리학자들이 사용자 경험(UX)에 대해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며, 이런 노력은 더욱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혹시 제목에 낚인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다. 책 제목으로 봐서는 분명 신경과학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신경과학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기 보다는 심리학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Donald Norman 교수가 Emotional Design에서 주장한 내용의 확장판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Donald Norman은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에 심리학적/생리학적 이론을 도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심리학이나 신경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좀 오버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주장이 많다. 한 가지로 예로 Donald Norman은 Emotional Design이라는 책에서 디자인을 할 때 인간의 세 가지 측면, Visceral, Behavioral, 그리고 Relective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인간의 뇌 구조에 기반한 것이며, 이것을 통해 우리는 사용자에게 보다 좋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적 근거가 매우 약하고, 분류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Susan M. Weinschenk 교수도 'Neuro Web Design'에서 뇌의 진화 과정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Old Brain, Mid Brain, 그리고 New Brain의 특성을 고려해서 UX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Donal Norman의 주장을 다르게 표현한 것 뿐이다. 결국 동일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분류 자체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자신의 주장을 타당화시키려고 짜집기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잘못 되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기술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하는 것 자체가 사실 나도 너무나 벅차다. 왜냐하면 심리학과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 자체가 전공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Pop Psychology Book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재미없는 이론 및 내용을 다룰 수 없어 매우 단순화 시키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형태로 가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표면적이고 단순화시킨 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진실인 것 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 인간의 Mental Process와 뇌와 신경계 구조 간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복잡하며 아직까지 설명을 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Donald Norman 교수와 Susan M. Weinschenk 교수 두 사람 모두 신경과학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신경과학 관점이 아닌 심리학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신경과학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술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였나... (실제 인간의 뇌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1%가 안 된다. 그만큼 우리는 뇌를 포함한 신경 구조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제목만 봐서는 매우 관심을 끄는 책이지만,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글쎄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마존을 포함한 해외 블로거들 사이에서 평가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조심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시도는 매우 좋았다. 중간에 어긋나기는 했어도 UX에 대해서 신경과학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리가 UX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가 있다. 그 중에 심리학이나 신경과학이라는 분야일 것이다. 인간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사용자가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을 잊지 말자...

댓글 3개:

  1. neuro... 의미심장한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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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평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 한번 찾아서 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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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책이 맞을 것 같아서 보니까 맞네요. 국내에 며칠전에 한글판으로 출시가 되었군요. 한글판 제목은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인데 목차를 보니 한글판 제목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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